하던 일을 잠시 보류할 기회가 생겨 도쿄 주변 소도시(하코네, 요코하마, 가마쿠라)로 4박 5일 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관광지를 잔뜩 조지러(?) 갈 생각에 벅찼으나, 조져지는건 나였습니다.
벚꽃이 만개할 것으로 예상한 4월 초로 일정을 잡고 갔으나 예년에 비해 벚꽃이 빨리 피는 바람에 벚꽃구경은 하지도 못했고, 무엇보다 날씨가 너무 안 좋아서 제대로된 관광을 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나마 가마쿠라에 갔을 때 날씨가 좋아서 하드캐리(?) 한 게 아니었다면 제대로 망한 여행이 될 뻔했습니다. 😭
날씨에 호되게 당해서 그런지 다음부터는 여행 1주일 전쯤, 여행 당일에 날씨가 좋을 것으로 예상될 때 비행기랑 호텔을 예약하고 여행을 떠나는게 어떨까 싶기도 합니다. 날씨가 안 좋을 것 같으면 1주일 미루고, 업무 때문에 미룰 수 없거나 여행경비가 더 늘어난다고 해도 날씨가 좋지 않으면 절대 여행을 안 가겠다는 식으로...
이 글에서는 이번 여행을 통해 얻게 된 팁을 정리하고 추후 하코네, 요코하마 그리고 가마쿠라 관련 여행기를 적어보려고 합니다.
😎 여행 팁
캡슐호텔 예약시 유의사항
일본 캡슐호텔은 가격이 저렴하지만 그만큼 감수해야할 사항이 있습니다. 소음에 민감하고 짐을 많이 챙겨야 하는 경우엔 캡슐호텔에 묵지 않는게 좋습니다. 그럼에도 캡슐호텔에 묵길 정했다면 아래 사항을 고려하는 게 좋습니다.
- 연박 시 매일 체크아웃을 해야 하는가? 대부분의 일본 캡슐호텔은 연박 시 매일 오전에 체크아웃을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은 캡슐호텔도 있으나 대부분 해야 한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매일 체크아웃을 해야 하는 경우 짐을 원래 보관하던 장소에 계속 둬도 되는지 알아봐야 합니다.
- 짐을 보관할 장소가 충분한가? 캐리어가 충분히 들어가는 보관함이 있는 곳도 있고, 보관함이 있지만 기내용 캐리어도 안 들어가는 곳도 있고, 보관함이 없어 카운터에 캐리어를 맡겨야 하는 곳도 있으니 꼭 알아보는 게 좋습니다.
- 가능하면 2층보다는 1층 캡슐로 일본 대부분의 캡슐호텔은 커튼과 비슷한 것으로 입구를 가리므로 입구를 완벽하게 막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간혹 천장에 달린 형광등 근처에 2층 캡슐 입구가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때 입구 틈새로 들어오는 형광등 불빛이 굉장히 거슬립니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2층보다는 1층 캡슐에 묵는 게 좋습니다.
지금까지 가본 일본 캡슐호텔 중에서 가장 괜찮았던 곳은 마이큐브 바이 마이스테이 아사쿠사 쿠라마에입니다. 2층식이 아닌 1층식이라 아주 넓고, 연박 시 매일 체크아웃을 하지 않아도 되고, 자는 곳 아래쪽에 엄청나게 넓은 짐 보관공간이 있을뿐 아니라 어메니티도 부족한 부분이 전혀 없었기 때문입니다. 5년 전에 묵었을때 정말 만족했던 캡슐호텔인데 이번 여행 때 묵지 못해 너무 아쉽습니다...
도쿄 메트로 패스 사용법
도쿄 메트로 패스는 도쿄 메트로 또는 도에이 지하철을 특정 기간 동안 무제한으로 탑승할 수 있는 승차권입니다. 난 무조건 선불 교통카드(스이카나 파스모)만 사용하겠다는 신념(?)이 있지 않는 한 도쿄 메트로 패스는 여행경비를 절약하기 위한 필수 아이템입니다.
도쿄 메트로 패스는 나리타 공항 1층 LCB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저는 대부분 도쿄 주변 소도시를 여행할 계획이지만, 도쿄 도심도 군데군데 돌아다닐 일정이 있어 패스를 구입했습니다.
도쿄 메트로 패스를 모든 지하철 노선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므로 어느 노선에서 사용할 수 있는지 파악하는 게 중요한데요. 구글 지도 앱으로 지하철 경로를 검색하면 나타나는 단색 동그라미 안에 알파벳이 하나 들어가 있는 노선에서 도쿄 메트로 패스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래 예를 들어 설명해보면, 긴자선과 히비야선 그리고 지요다선은 알파벳 한 자리에 단색 동그라미로 되어 있습니다. 이 노선에서 도쿄 메트로 패스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게이힌토호쿠선은 알파벳 한 자리에 단색 동그라미가 아니므로 도쿄 메트로 패스를 사용할 수 없고, 대신 스이카나 파스모를 사용해야 합니다.
즉 탑승한 지하철 역이 도쿄 메트로 또는 도에이 지하철이지만 내릴 땐 아닌 경우, 일단 도쿄 메트로 패스로 지하철에 탑승한 후 환승할 때 스이카나 파스모를 사용하면 됩니다. 그 반대인 경우, 일단 스이카나 파스모로 지하철에 탑승한 후 환승할 때 도쿄 메트로 패스를 사용하면 됩니다.
선불 교통카드(스이카 또는 파스모) 사용 팁
스이카나 파스모는 일본 지하철이나 버스를 탑승할 때 사용하는 선불 교통카드입니다. 스이카나 파스모는 사실상 일본 내 모든 대중교통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보면 됩니다.
스이카는 6개월 이상 사용하지 않으면 잠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 JR 지하철 역무원에게 가서 락을 해제해달라고 하면 됩니다. (대충 줄여서 말하자면... 스이카 롯쿠 카이조시테쿠다사이?)
Suicaを長い間使っていないのでロックがかかっています。 ロックを解除してください。
스이카오 나가이 아이다 츠캇테이나이노데 롯쿠가 카캇테이마스。 롯쿠오 카이조시테쿠다사이。스이카를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잠겨있습니다. 잠금을 해제해주세요.
그리고 선불 교통카드를 사용할 일이 없더라도 1~2천엔 정도는 예비용으로 충전해두는 게 좋습니다. 하코네로 여행을 갔다가 강풍 때문에 케이블 카를 못 타게 되어 강제로 버스를 타야했었는데, 주변에 스이카를 충전할 곳이 없어서 이 때 스이카에 남은 잔액이 없었으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물론 현금을 내고 버스를 타고 되긴 하지만 버스요금을 내거나 거스름돈 받을 때 시간을 꽤나 잡아먹을 수 있습니다.
에어태그는 있으면 굳굳
집에 하나 쯤 굴러 다니는(?) 국내한정 애물단지인 에어태그를 캐리어에 넣고 비행기 위탁 수하물로 맡기면 해외 공항 도착 후 캐리어 위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캐리어가 가만히 있다가 어느 순간 움직이기 시작하면 짐 찾는 곳에서 곧 캐리어를 찾을 수 있음을 직감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짐에 에어태그를 숨겨 놓았다면 분실 시 유용할 것 같습니다.
🛌 다락휴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지점 숙박
다락휴는 인천국제공항 제1, 2터미널에 있는 캡슐호텔입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 공항버스를 타기 싫어서 다락휴에 묵어봤습니다. 탑승하려는 비행기가 인천공항 제1터미널에 있었지만 다락휴 제1터미널점이 만석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제2터미널점에서 숙박 후 공항철도를 타고 제1터미널로 이동했습니다. 😭
캡슐호텔이라고 소개되어 있지만 그냥 조그마한 호텔입니다. 로비에 노트북이 비치되어 있고, 샤워실이 없는 객실 사용자를 위한 샤워부스가 있습니다.
2인실 객실 내부엔 침대, 테이블, 세면대와 샤워실이 있습니다. 다만 변기가 없어서 객실 밖으로 나가서 공용화장실을 사용해야 합니다.
🛫 에어프레미아 비행기 탑승
다락휴 인천공항 제2터미널점에서 하룻밤을 묵고 공항철도를 타고 제1터미널로 간 다음 탑승 수속을 밟았습니다. 해외여행자 코로나 19 격리 의무가 해제되어 해외여행 수요가 늘어서 수하물 위탁, 보안검색과 출국심사가 오래 걸릴 줄 알았으나 총 30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한 시간 더 자고 올걸. 껄껄껄...
이번 여행에 탑승한 비행기는 에어프레미아 이코노미 35 좌석입니다. 좌석이 타 저비용 항공사보다 넓은 것 같았습니다. 모든 탑승객에게 이어폰을 나눠주는데, 이 이어폰으로 좌석 앞 스크린에 있는 영화나 드라마를 볼 수 있습니다.
이 땐 몰랐습니다. 4박 5일 여행 중에 날씨가 대부분 이럴 줄은...
🛬 나리타 공항 도착
마참내(?) 나리타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입국수속을 밟으려 대기하는데 오우야... 도시락 신호가 엄청나게 터집니다.
수하물로 맡긴 캐리어를 찾고, 나리타 공항 1층에 있는 LCB에 가서 도쿄 매트로 패스권을 구입합니다.
그리고 지하 1층에 있는 스카이라이너 & 케이세이 안내소에서 스카이라이너 탑승권을 구입합니다. 사실 다음번에 도쿄에 오면 스카이라이너가 아닌 다른 방식(나리타 익스프레스나 케이세이 전철 등)으로 도쿄에 가보려 했었지만 역시 스카이라이너가 가장 빠르게 갈 수 있는 방법이라 자꾸 스카이라이너를 선택하게 됩니다...
케이세이우에노 역에 도착했습니다. 나중에 나리타 공항으로 돌아갈 때 케이세이우에노 역 스카이라이너 매표 카운터나 무인발급기로 스카이라이너 탑승권을 구입하면 됩니다.
💊 캡슐호텔(나인 아워스 아카사카 슬립 랩) 숙박
도쿄 호텔 숙박료가 전체적으로 비쌌습니다. 5년 전에 비해 2배 가량 오른 것 같았습니다. 일반 호텔 숙박료는 1박당 최소 1만 엔 이상이 필요했고, 그나마 괜찮은 조건과 적절한 가격에 구한 숙소가 바로 나인 아워스 아카사카 슬립 랩이라는 캡슐호텔입니다. 4박 5일에 22,000엔 가량 들었는데 사실 이것도 좀 비싼 감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이 캡슐호텔의 특징은 잠을 자고 있을 때 수면 패턴을 분석한 보고서를 이메일로 보내준다는 점입니다. 체크인 할 때 수면 분석을 해줄지 물어보는데 이 때 해달라고 하면 됩니다. 딱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공용공간이 너무 좁아서 밖에서 뭘 사가지고 와서 먹거나 노트북을 사용하기가 힘듭니다.
다음에도 묵을 의향이 있냐고 묻는다면, 더 저렴한 가격에 묵는다면 OK...
체크인 시 수건, 타올, 잠옷, 슬리퍼, 치약, 칫솔을 받습니다. 체크아웃 시 슬리퍼는 전용반납함에 넣어주고 나머지는 카운터에 반납하면 됩니다.
락커룸엔 기내용 캐리어가 딱 알맞게 들어갑니다. 대형 캐리어는 카운터에 맡겨야 합니다.
잠을 자는 캡슐 외관은 1층과 2층 입구 방향이 달라서 2층 투숙객이 캡슐 내부로 이동할 때 1층 투숙객 신경을 쓰지 않아도 돼서 좋을 것 같습니다.
검은색 U자로 보이는 건 손잡이처럼 보이지만 착시입니다. 내부는 생각보다 넓습니다. 캡슐 내부엔 수면 분석하는 카메라(?), 110v 콘센트, 램프, USB-A 포트가 있습니다.
🍺 오모이데요코초
오모이데요코초는 신주쿠 역 근처에 있는 술집거리입니다. 번역하면 추억의 거리인데 앞으로 있을 여행의 추억이 영... 🤐
아무 가게나 들어가서 꼬치랑 술 한잔하려 했지만 빈 자리가 있는 가게가 거의 없었습니다. 꼬치구이를 먹고 싶었지만 꼬치구이를 파는 가게는 빈 자리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골목을 세 바퀴 정도 돌고 돌아 결국 야스베라는 가게에 갔습니다.
맥주로 갈증을 해소할 수 있다는 걸 이 때 처음 알았습니다. 맥주가 떨어져서 하이볼도 주문하고, 호피(Hoppy)라는 맥주도 처음 마셔봤는데 저렴하니 가성비가 좋습니다!
꼬치구이를 먹고 오지 못해서 아쉽긴 하지만, 대충 오뎅 세트랑 단품 메뉴 몇 가지 추가해서 맛있게 먹고 나왔습니다.
이제 다음날부터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