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주변 소도시 여행지 중 한 곳으로 가마쿠라를 갔습니다. 전날 여행했던 하코네와 요코하마는 날씨가 너무 안 좋아서 제대로된 여행을 하지 못했었지만 다행이 이날은 잠깐이나마 날씨가 무척 좋았습니다. 😄 이 날 여행이 아니었다면 이번 여행은 정말 돈만 날린 여행이 될 뻔했습니다.
오전에 에노시마, 오후에 가마쿠라 주요 여행지를 돌아보고 오후 3시쯤부터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되어 도쿄로 돌아온 후 야마하 긴자 점과 혼밥 고깃집 그리고 시부야 스카이에 가봤습니다.
😎 가마쿠라 여행 팁
저는 가마쿠라를 반나절 동안 짧게 돌아볼 계획이라 가마쿠라 교통패스를 구입하지 않았습니다. 이곳저곳 둘러볼 계획이라면 아래 교통패스를 구입하는 게 좋습니다.
- 에노시마 가마쿠라 프리패스: 신주쿠 역과 후지사와 역을 1회 왕복할 수 있고 에노덴을 기간 내 무제한으로 탈 수 있는 패스입니다. 신주쿠역 서쪽 지하에 있는 오다큐 외국인여행센터와 자동판매기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 에노덴 1일 승차권(노리오리쿤): 에노덴을 기간 내 무제한으로 탈 수 있는 승차권입니다. 후지사와 역이나 가마쿠라 역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에노덴만 5번 이상 탈 계획이라면 이득인 패스인 것 같습니다.
자세한 설명은 Japan Travel my NAVITIME을 참고하길 바랍니다.
🚝 쇼난 모노레일을 타보자
보통 가마쿠라를 여행한다면 후지사와 역이나 에노시마 역에서부터 여행을 많이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약간 색다르게 모노레일을 타고 가마쿠라 에노시마에 가려합니다. 오후나 역으로 이동하여 쇼난 모노레일을 탔습니다.
어느 남자아이와 아버지가 함께 모노레일을 탔는데, 남자아이가 모노레일 앞쪽 풍경을 보며 계속해서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이 아이를 보면서 나이를 먹을수록 새로운 것을 경험해도 감흥이 없어지는 것이 슬퍼집니다. 😭 이 아이의 아버지도 아래 일상툰 과 같은 생각이 드시려나요... 🥹
쇼난에노시마 역에서 내리니 맑은 하늘이 나타났습니다. 일본여행 4일 차에 처음으로 비가 오지 않고 제대로 된 푸른 하늘을 볼 수 있게 되다니... 😭
🏝️ 걸어서 에노시마로
이제 맑은 하늘을 거닐며 에노시마로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하코네에서도 볼 수 없던 후지산을 에노시마 대교를 건너면서 볼 수 있었습니다. 이틀 전 갔던 하코네는 할말하않... 🤬
토요일 오전 10시 쯤에 에노시마에 도착했는데 문을 연 상점이 많지 않았습니다. 쫀득쫀득 단짠단짠 미타라시 당고를 한 입 먹고 올라갑니다!
돈 주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갈 수도 있지만 저는 걸어서 올라가보려 합니다.
⛩️ 덕스러운(?) 에노시마 신사
에노시마를 올라가다가 들른 신사입니다. 신사에 가면 항상 에마(소원 등을 적어놓은 나무판)를 구경하곤 하는데 이곳에도 역시 있었습니다. 특이하게 덕스러운(?) 에마도 많이 있군요. 😅
💡 어느 맑은 날의 에노시마 전망등대
입장료 500엔을 내고 에노시마 전망등대에 입장했습니다. 전망등대에서 바라본 뷰는 와우...! 하코네에서 흐린 날씨 탓에 보지 못했던 후지산 전망을 여기서 대신 볼 수 있었습니다. 마치 후지산이 구름을 뿜어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에노시마에는 반드시 맑은 날에 와서 가마쿠라 전망을 보고 가길 추천드립니다. 👍
🐟 시라스동 먹으러
에노시마 전망등대에서 가마쿠라 전경을 보고온 후 에노시마 서쪽을 둘러보다가 시라스동을 먹기 위해 우오미테이라는 식당에 갔습니다. 이 식당에선 테라스에 앉아 오션뷰를 보며 식사를 할 수 있습니다.
주문한 가마아게 시라스동 입니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찐 잔멸치 덮밥인데, 여기서 찐은 진짜(Real) 라는 뜻이 아닌 익힌(Steamed) 이라는 뜻입니다. 😅 익히지 않은 생 시라스동도 있긴 한데 비릴 것 같아 고민 좀 하다가... 나중에 또 오게 되면 먹어보기로 다짐하며 가마아게 시라스동을 택했습니다. 더불어 주문한 에노시마 맥주는 평소에 먹던 맥주보다 걸쭉한 느낌이 듭니다.
밥 위에 얹어진 수많은 멸치들을 보며 예전에 읽었던 소설 『유정천가족』 의 한 구절이 문득 생각납니다.
"내게 먹힐 네가 불쌍해."
"잡아먹지 않으면 되잖아요?"
"먹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좋아하는 걸. 하지만 좋아하는 걸 먹으면 좋아하는 것이 없어져 버리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잡아먹는다는, 포식자가 피식자를 위하는 듯한 이 모순적인 인식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어렵습니다. 이 철학적인 고민에 대한 답을 죽기 전까지 찾을 수 있으려나요... 다만 생물은 다른 생물을 잡아먹어야만 생명을 유지할 수 있기에 식탁에 올라온 음식에 항상 감사할 따름입니다.
너무 맛있게 먹었습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으나 다음에 에노시마에 온다면 생 시라스동을 먹어봐야 겠습니다!
🏫 슬램덩크 성지 가마쿠라코코마에 역
다시 에노시마 대교를 건너 에노시마를 빠져나갑니다. 에노덴을 타고 가마쿠라코코마에 역을 갈까 하다가 맑은 날씨에 해안가도 거닐 겸해서 걸어서 가봤습니다. 걸어가 보니... 에노시마에서 가마쿠라코코마에 역까지 거리가 약 3km 정도 되므로 가급적 에노덴을 타고 가는 게 좋습니다.
가마쿠라코코마에 역 근처 철도 건널목에 도착하니 슬램덩크 애니메이션 오프닝 장면을 찍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사람들이 줄어들질 않습니다. 마치 있던 사람들이 떠나면 새로운 사람들이 계속해서 들어오는 듯했습니다.
저도 한번 그 장면을 찰칵...! 📸
철도 건널목에서 언덕길을 조금만 올라가면 가마쿠라 고등학교가 나옵니다. 외부인은 들어갈 수 없어 정문만 구경하다가 하세대라로 떠났습니다.
📿 하세데라
이제 에노덴을 타고 하세데라로 떠납니다. 에노덴엔 선풍기가 돌고 있네요.
입장료 400엔을 내고 하세데라 절에 와봤습니다. 가마쿠라 전망을 볼 수 있긴 한데 에노시마에서 봤던 전망에 비하면 초라합니다. 여유가 있다면 잠깐 들러볼만한 곳인 것 같습니다.
📿 고토쿠인
그 다음 입장료 200엔을 내고 고토쿠인에 갔습니다. 특이하게 하세데라와 고토쿠인은 단체 여행객들이 바글바글 했습니다. 약 11미터 크기의 대불상을 보러 오기에 괜찮은 곳입니다. 그런데... 부처님 등에서 부스터가 나올 것만 같습니다. 🚀
🛍️ 코마치도리
아직 날씨가 맑았지만 곧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 도쿄로 올라갈 예정입니다. 4박 5일 여행하는 동안 이렇게 비가 오지 않고 푸른 날씨를 볼 수 있던 시간이 반나절밖에 되질 않다니 이 무슨 억까란 말인가... 😭
반나절 동안 가마쿠라를 여행해보니 시간이 너무 부족했습니다. 원래 더 가볼 곳이 있었지만 다음날 귀국하기 전에 긴자 야마하 점에 꼭 가야 했기 때문에 가마쿠라 여행은 코마치도리에서 마무리 지었습니다.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느긋하게 다시 여행해봤으면 좋겠습니다.
당시 토요일이어서 그런지 상점가엔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거리를 거닐다가 가성비가 좋아보이는 선물용 과자 몇 개를 사갔습니다.
비둘기 과자 하토 사브레입니다. 구↗우↘ 비둘기야 먹자~ 구구구구구~ 🕊️
토끼 모양이 그려진 한게츠 전병도 가성비가 괜찮습니다. 🐰
🎹 야마하 긴자에서 버스킹(?)
가마쿠라 여행을 마친 후 긴자로 향했습니다. 긴자로 간 이유는 야마하 긴자 점에 있는 사일런트 피아노로 한번 연주를 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사일런트 피아노는 일반 피아노와 디지털 피아노의 기능을 동시에 갖춘 피아노입니다. 평소에 일반 피아노처럼 연주하다가 헤드폰을 연결해 디지털 피아노처럼 연주할 수 있는 피아노입니다. 언젠가 꼭 사고 싶은 피아노여서 사일런트 피아노가 전시된 야마하 매장을 찾아봤지만 찾질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이번 여행을 통해 우연히 사일런트 피아노를 접해볼 수 있었습니다.
가마쿠라 여행 후 긴자에 오니 비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여행하는 동안 비가 하루도 안 온 날이 없어 정말 지긋지긋합니다... 😩
야마하 긴자 점 입구입니다. 건물이 높아서 올려다보면 고개 아파요...
1층에 AI와 함께하는 벚꽃 피는 피아노가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악보대에 있는 아이패드와 연동이 되어 있어서 피아노 건반을 누르면 아이패드에서, 반대로 아이패드 건반을 터치하면 피아노에서 음이 들립니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 피아노 연주를 해본 적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무척 떨렸지만 무사히 잘 연주해보고 나왔습니다. 😁
3층에선 악보와 굿즈를 판매합니다.
드디어 대망의 5층! 5층엔 어쿠스틱, 디지털, 그랜드 피아노 등 각종 피아노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제가 갈망하던 사일런트 피아노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가격이 사악하군요... 😱
사일런트 피아노는 평소에는 일반 피아노처럼 연주하다가 디지털 피아노처럼 연주하고 싶다면 가운데 페달을 밟은 후 왼쪽으로 꺾어주면 됩니다. 그러면 사일런트 피아노에 연결된 헤드셋으로만 피아노 소리가 들립니다.
사일런트 모드를 켜고 껐을 때의 타건감에 차이가 있다고 하는데 저는 딱히 느끼질 못했습니다. 어쿠스틱 피아노의 단점은 소음 문제 때문에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에서 연주하기에 제약이 따르고, 디지털 피아노의 단점은 타건감이 어쿠스틱 피아노와 너무 다르다는 점인데요. 사일런트 피아노는 두 피아노의 단점을 모두 상쇄하는 피아노입니다. 다만 돈이 있어야 이 단점들이 해결됩니다. 나중에 큰 돈을 벌어서 꼭 살겁니다! 🤑
어반트 그랜드 피아노 라는게 있어서 이것도 연주 해봤습니다. 외관은 아주 조그마한 그랜드 피아노 같은 게 뭔가 그냥 겁나 좋은 디지털 피아노 같은데 아무리 비싼 전자피아노가 들려주는 전자 음색도 이질감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 가성비 갑 혼밥 고깃집
여행 오기 전 유우키의 일본 이야기: 도쿄에 새로 생긴 혼밥 전용 고깃집에 가보았다 라는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혼밥 고깃집에 가보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숙소 근처에도 혼밥 고깃집이 있긴 했지만 저 유튜브 동영상에 나온 식당이 긴자에서 가까운 곳에 있어서 한번 가봤습니다.
이번에 가본 혼밥 고깃집은 야키니쿠 규톤 간다역 앞 점 입니다. 간다 역 동쪽 출구에서 내리면 바로 보입니다.
주문은 QR코드로 합니다.
칸막이가 큼직해서 옆자리에 누가 앉아도 신경쓰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1인석 밖에 없어서 혼밥하기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주문한 프리미엄 규톤 세트, 하이볼 그리고 추가로 주문한 김치 토핑입니다. 메뉴로 봤을 땐 몰랐었는데 나와보니 고기 양이 매우 많았습니다. 앞쪽에 있는 불판에 소기름을 바른 후 구워서 먹으면 됩니다.
330엔을 내고 30분 동안 맥주를 무한리필해서 마실 수 있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저 식당에 갔을 때 이 메뉴가 있다는 걸 까먹고 있었습니다. 😅 아쉬워라...
고기 굽다가 뭔가 허전해서 김치도 같이 구워 먹었습니다. 이 때 소기름을 김치에 녹여서 구웠더라면 더 맛있었을텐데... 왜 다 먹고나서 생각이 나는 걸까요. 🙄
배부르게 너무 잘 먹었습니다. 또 가서 혼자 고기를 구워먹고 싶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가성비 좋은 혼밥 고깃집이 있다면 자주 가겠지만... 아마 생길 리가 없겠지요. 🤔
이곳은 계산도 셀프로 합니다. 그런데 계산대 옆에 이 혼밥 고깃집을 소개하는 동영상의 유튜버를 환영하는 액자가 걸려 있었습니다. 제가 이 동영상을 보고 오게 된 건데... 와우 반갑네요! 😄
🌌 시부야 스카이
이번 여행의 마지막 여행지입니다. 원래 일몰 시간에 맞춰 시부야 스카이에 가려고 여행 일주일 전에 예약하려 했지만 이미 매진돼버렸습니다. 그래서 야경이라도 보기 위해 오후 8시로 티켓을 예약하고 시부야 스카이에 갔습니다.
이곳도 날씨 때문에 관람이 제한됐습니다. 강풍 때문에 제한한 것 같은데, 이번 여행은 끝까지 날씨 때문에 망하는군요... 😭
당일 티켓은 마감됐습니다. 일몰 시간 이후에 올 예정이라면 예약은 필수인 것 같습니다.
시부야 스카이 건물 내에서 내려다 본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입니다. 루프탑을 갈 수가 없다니... 😭
앗 그런데 오후 9시가 되니 갑자기 사람들이 좀비 떼마냥(?) 달리기 시작합니다. 뭔가 하고 알아보니 루프탑이 개방된 것이었습니다. 강풍이 잦아들어서 개방한 것일까요? 역시 존버는 승리합니다. 👍 100엔을 내고 짐을 코인락커에 맡긴 후 루프탑으로 올라갔습니다.
루프탑에 올라와보니 왜 시부야 스카이에 가는지 알게 됐습니다. 저 빛나는 건물 하나하나가 마치 밤하늘을 수놓는 별빛 같았습니다. 사진으로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이 있는데 뭐라 표현할 방법이 없습니다. 루프탑에 가지 못했다면 돈 날린 셈 칠뻔했습니다.
이것으로 4박 5일 일정의 도쿄 주변 소도시 여행이 끝났습니다. 날씨 때문에 크게 불만족한 여행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나중에 날씨가 좋을 때 제대로 만족할만한 여행을 다시 해보고 싶습니다. 우리나라 근처 해외여행 쯤은 동네 마실 가듯 하고 싶습니다. 🤑